Works

나그네의 외투
부피
종로구 53-24 옥상, 서울
2025. 10. 18. – 2025. 11. 09.

The Traveler’s Cloak
Boofy
Rooftop, 53-24, Jongno-gu, Seoul
18 October – 9 November 2025
















하늘 연작, 2025, 장지에 수묵담채, 가변설치 Sky series, 2025, ink and color on jangji, variable installation
작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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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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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phic Des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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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Support
임채홍
최지희
김경수
지윤구
강주홍
김다솔
김해성

Lim Chaehong
Choi JIhee
Kim Gyeongsu
Ji Yungu
Kang Joohong
Kim Dasol
Kim Haeseong
이야기의 잘 알려진 결말에서 해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고 북풍과의 내기에서 이긴다. 그러나 이 승패에 작용한 것은 단지 해의 설득만이 아니다. 차가운 바람이 멈추었고 햇빛이 계속될 것이라는 가정, 겉옷을 벗어 손에 들기로 한 결정, 외투를 벗는 행위에는 나그네의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어쩌면 이 이야기는 「북풍과 해님」의 힘겨루기가 아니라, 변화하는 해와 바람이 존재하는 길 위에서 변화하는 ‘나그네의 이야기’로 읽을 수 있다. 전시 《나그네의 외투》는 해와 바람이 있는 옥상을 나그네의 여로에 비유한다. 임채홍이 능동적인 물질로 보는 한지를 매체 삼는 ‘한지 회화’는 ‘나그네’가, 그 회화를 ‘관습으로 바라보는 틀’은 ‘나그네의 외투’가 된다.

물성과 관념성이라는 두 가지 성질의 관계는 전시에 걸린 〈하늘〉 연작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이상적 자연관, 원법·준법으로 귀결되는 전통 화론”에 의문을 가진다. 도시화와 기후 위기라는 오늘날의 생활상과 괴리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한지의 물성에 매력을 느낀다. 작가는 〈하늘〉 연작에서 전통 화론에 따라서라면 여백으로 남겨야 하는 하늘만을 전폭에 담는다. 한지라는 매체가 가진 물질과 관념 사이에서 그가 거부하고 수용하는, 비동의와 동의가 교차하고 충돌하는 관계와 이를 결정하는 그의 고민이 드러난다. 이러한 고민을 연장해 전시 《나그네의 외투》에서 작가는 〈하늘〉 연작을 옥상에 “행잉”한다. 전통 화론에서 벗어나, 실재하는 환경의 조건과 상응하며 작품이 변화하는, 다중 시점의 한국화를 그리는 새로운 화법을 실험한다.

이곳에서 〈하늘〉은 프레임을 벗고 하늘에 걸린다. 프레임이 부여하던 전면성에서 벗어나 온전한 양면으로 거듭난다. 바람에 의해 흔들리고, 다시 구겨지고 펴지며, 변화하는 습도와 온도, 빛과 바람을 만난다. 옥상에 존재하는 하늘과 이곳을 찾은 관객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쬐는 햇빛에 외투를 벗은 나그네처럼, 자신의 외부와 스스로 관계를 맺으며 영향을 받는다. 옥상 위에서 한지는 더 이상 한국화의 관념적 재료나 회화의 평면이 아니라 햇빛과 바람, 시점과 시간, 그리고 우리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달라지는 장소’가 된다. 변화하는 한지처럼 회화 또한 바람에 따른 미세한 흔들림에 매 순간 구성이 바뀐다. 회화는 결과물이 아니라 진행 중인 장면으로 선다. 역설적이게도 이곳에서 절대적인 것은,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절대성의 불가능이다. 그러니 작품 사이를 걸으며 〈하늘〉의 비침과 겹침과 주름의 변화를 자신의 움직임과 함께 읽어 내고, 변화와 공존을 체득할 수 있길 바란다.

바람이 부는 순간에는 필요했던 외투가 해가 쬐는 순간에는 짐이 된다. 바람과 해가 무엇인지, 벗겨진 외투가 언제 다시 입혀질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외투는 입혀진 것이고 따라서 벗을 수 있는 것이다. 나그네와 외투 사이의 가변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옥상 위에서 작가를 포함한 우리는 매번 다른 상태의 ‘하늘’과 ‘나그네’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변화하는 현상과 현상의 이면에서 한지와 한지 회화의 의미를 매번 다시 읽어야 할지도 모른다. “해와 바람과 나그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옥상이라는 여로 위에 있다. 외투를 벗기려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벗겨질 외투가 무엇일지 상상하면서. 무엇이 외투를 벗게/입게 했는지 생각하면서.

(서문 중 일부 발췌)
Works

Support and Gesture
팩션
성북구 삼선교로 78, B1, 서울
2025. 04. 29. – 2025. 05. 11.

Support and Gesture
Faction
B1, 78, Samseongyo-ro, Seongbuk-gu, Seoul
29 April – 11 May 2025










하늘 연작, 2025, 장지에 수묵담채, 각 187.2 × 129.1 cm Sky series, 2025, ink and color on jangji, 187.2 × 129.1 cm each

비 오는 하늘, 2025, 장지에 수묵담채, 29.7 × 21 cm Rainy Sky, 2025, ink and color on jangji, 29.7 × 21 cm


비 오는 하늘, 2025, 장지에 수묵담채, 29.7 × 21 cm Rainy Sky, 2025, ink and color on jangji, 29.7 × 21 cm
작가

기획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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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llation Supoort

신종찬
임채홍
강주홍

강주홍
김경수
권오열
유형우

Shin Jongchan
Lim Chaehong

Kang Joohong

Kang Joohong

Kim Gyeongsu

Kwon Oyeol
Ryu Hye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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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전시의 뼈대는 움직임에 따라 무대 위에 잠정적 공간을 그려내는 무용수의 편재적인 몸짓에서 착안하였다. 《Support and Gesture 지탱과 제스처》는 매 순간 선과 면의 콤포지션을 만들어내는 무용수의 신체 및 시간 원리를 토대로 두 작가의 작업을 통찰해 보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이고 입체적인(다면적인) 동작의 재현을 위해 쓰여 온 무용 기보법 체계를 통해 임채홍의 종이접기 방법론을 살펴보고, 무용수가 자신의 몸을 훈련하는 일련의 과정과 수행을 통해 신종찬이 구축하는 회화-조각의 논리를 들여다본다.

임채홍은 한지를 주된 재료로 하여 이에 관한 물성 실험들을 토대로 생동하는 회화적 가능성에 주목한다. 한지에 물과 안료를 스미게 하면서 종이가 이완-수축을 반복함에 따라 동반되는 운동성, 종이를 접었다 펼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잠재적인 공간성, 종이의 앞면과 뒷면을 왕래하며 목격하게 되는 종이의 다면성과 같이 작가가 탐구하는 것은 평면의 본성 일부를 탈각시키거나 일으켜 세우는 데에 있다. 또한 작가가 어떤 형태를 재현하기 위해 따르는(혹은 따르지 않는) 종이접기 인스트럭션은 안무가가 무용수에게 전하는 디렉션의 형식과 제법 닮아 있다.

무용수가 팔을 굽히고 펼치고, 무대 위에서 배회하고 정지하는 행위들은 그곳의 환경을 환기하는 것에도 제 몫을 더한다. 신체 움직임이 무대 공간의 규격과 모양을 재고해 볼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것처럼, 임채홍은 ‘종이’라는 장소를 접었다 펼치는 동작의 시간 동안 나타남과 사라짐의 공간화를 경험한다. 이후 최종적으로 펼쳐낸 임채홍의 평면에는 얽히고설킨 수많은 궤적들이 축적되어 있다. 손안에 종이를 쥐고 동그랗게 말아 구기거나, 반듯하게 접었다 펼친 면과 면 사이 움푹 패인 가느다란 주름에는 보다 짙은 농도로 채색된 플로어 패턴이 남는다. 다차원적 시점에서 움직임이 작성된 문서처럼 말이다.

전시는 ‘움직임이 작성’되고 ‘움직임을 작성’한 두 작가의 기하학적인 문서를 열람한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무용수가 무대에서 운용하는 시공을 동시적으로 펼쳐낸 것과 같이, 두 작가는 수직선과 수평선에 따라 동작들을 구조화함으로써 움직임의 흐름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아감벤의 용어에 따르면 춤은 그 어떤 것이든(whatever)의 상태이다. 움직임의 다섯 가지 요소—신체 Body, 행동 Action, 공간 Space, 에너지 Effort, 형태 Shape—는 그 무엇과도 조직화될 수 있는 가능성, 여러 종류의 수행을 가능케 할 잠재성을 담지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전시에서는 스스로를 숨기지 않는 물질들의 내밀함과 개별의 움직임이 뱉어내는 미세한 소리가 곳곳에 나직이 진동하고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을 연동하며 조형적 형식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다 줄 실마리를 찾길 바란다.


(서문 중 일부 발췌)
Works


다운타운 노이즈
초인종 빌라
성동구 성덕정길 136-22, 101호, 201호, 옥상, 서울
2025. 03. 08. – 2025. 03. 21.
Downtown Noise
Choinjong Villa
101, 201, Rooftop, 136-22, Seongdeokjeong-gil, Seongdong-gu, Seoul
8 March – 21 March 2025




옥상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Rooftop

비 오는 하늘, 2025, 장지에 수묵담채, 29.7 × 21 cm Rainy Sky, 2025, ink and color on jangji, 29.7 × 21 cm



201호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Room 201

먹구름, 2024 2025, 장지에 수묵담채 Dark Clouds, 2024 2025, ink and color on jangji

101호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Room 101
작가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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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홍
손지윤
임채홍
하안지
하안지

지윤구

Kang Joohong
Son Jiyun
Lim Chaehong
Ha Anji

Ha Anji
Ji Yungu
성수동은 현재 예측할 수 없는 어지러운 카오스(Chaos)이다. 20세기에 성수동은 서울의 주요 공장지대로, 경공업을 책임지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재개발이 이루어지며 공장지대가 줄어들어 주거지이자 업무지구, 상권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러한 성수동의 동쪽 주거지에 위치한 성수동2가는 철제문 안에 여러 구성원이 모여 사는 곳으로, 미디어에서 으레 접해 왔던 조용한 골목길이지만 언제 어떤 노이즈를 일으키며 비(非)주거지로 혹은 업타운(Uptown)으로 바뀔지 모르는 장소이기도 하다.

3명의 참여작가는 각각 스트레인지 어트랙터(Strange Attractor)1)로, 공허한 카오스에서 어떤 질서를 찾는다. 전시가 진행되는 방과 옥상을 주변과 분리하여 바라보고, 소박한 개인주의를 음미하며 사적인 영역을 미술적 장소로 탈바꿈한다. 카오스는 운동의 복잡성과 비예측성 때문에 제어하기 어려운 비선형적인 상태이다. 특히 초기 조건에 매우 민감하여 아주 미세한 차이에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결과물을 낳는다. 카오스는 차원이 달라질수록 그 궤적을 달리하며 모양도 변화하게 된다. 여러 주기가 끊임없이 반복되며 3차원의 공간에 복잡한 스트레인지 어트랙터가 나타난다. 스트레인지 어트랙터는 카오스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위치를 지정하였을 때 절대 같은 점을 지나지 않는데, 수렴할 듯한 상황에도 결코 수렴하지 않으며 새로운 공간으로 튀어나가게 된다. 3명의 작가는 각각의 프랙탈(fractal)2)을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임채홍은 한지의 물성을 통해 양립 불가능한 구조를 해체한다. 회화의 여러 구성물 중 하나로 인식되는 한지에 행동력을 부여하고, 다양성을 갖는 도상을 활용해 가능성을 확장한다. 어떠한 규칙에 의해 종이를 접거나 구기는 행위를 반복하고 뒤엉킨 한지를 다시 펼쳐, 규칙을 찾을 수 없도록 화면을 구성하면서 그만의 프랙탈을 만들어가고 있다.

복잡한 동적 행동으로 가득한 성수동에서 3명의 작가는 미술적 행위를 통해 차원을 이동하며 각자가 지정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카오스가 발견되기 이전, 사람들은 무질서로 인한 특유의 무지에 시달려왔으며 발견된 후엔 모든 현상은 예측이 가능하다는 라플라스적 환상을 깨트렸다. 이처럼 질서를 찾기 어려운 공간에서 나아갈 통로를 지정하고 새로운 규칙을 만들고자 성수동2가에서 처음 진행되는 전시인 《다운타운 노이즈》는 명징하지 않은 지난한 여정의 첫걸음이다. 공동주택에 대한 기존의 규칙은 해체되며 이전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게 될 것이다. 복잡하고도 다차원적인 공간에서 시작하는 작은 변화를 통해 큰 결과를 만들고자 한다.


(서문 중 일부 발췌)
Works


내 발자국이 집을 떠날 때
경희대학교 미술관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4층, 옥상, 서울
2024. 12. 17. – 2024. 12. 23.
When my footprints leave the home
Kyung Hee University Museum of Art
4F, Rooftop, 26, Kyungheedae-ro, Dongdaemun-gu, Seoul
17 December – 23 December 2024








17개의 하늘, 2024, 장지에 수묵담채, 196.5 × 135.5 cm
아침 · 낮 · 저녁 전경
17 Skies, 2024, ink and color on jangji, 196.5 × 135.5 cm
morning, daytime, and evening views


4층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4th-floor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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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홍
김한울
박수빈
손지윤
임채홍
손지윤
강주홍
지윤구

Kang Joohong
Kim Hanul
Park Subean
Son Jiyun
Lim Chaehong
Son Jiyun
Kang Joohong

Ji Yungu
나의 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은 없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학교를 다녔던 우리에게 이곳은 더할 나위 없이 익숙하고도 지루하다. 어쩌면 우리의 첫 번째 전시를 만들어 주었을 이곳에서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그 이상의 전시들을 지나왔다. 나와 함께 동행한 내 작업들은 계속해서 다른 이야기와 모양을 갖추었지만, 이들이 놓인 장소는 늘 변함없었다. 새로운 전시를 만들어보자, 했을 때 다시금 이곳으로 돌아오기엔 우리는 분명 권태로웠던 것 같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한없이 안정적이지만 또 한순간 무료함을 느낀다. 그럴 때면 훌쩍 이사를 떠나고픈 마음을 뒤로 하고 우리는 조금씩 가구를 옮겨본다. 새로운 러그도 사보고 조명을 바꿔본다. 늘 그 자리에 있던 것들을 이리저리 옮겨보고 나면 자주 들여다보지 않은 곳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의 생경함, 낯섦. 그 감각들을 학교로 가져와 전시로 엮어본다.

나의 발자국은 곧 이 집을 떠난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혹시나 내 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이 있을까. 몽땅 미술관 밖으로 나온 작업들은 본인이 지금껏 가본 적 없는, 보통의 장소와는 조금 다른 곳들에 자리해 본다. 가장 높은 옥상부터 가장 낮은 창고까지. 미술관은 비어 있지만, 이곳은 그 어느 때보다 가득 차 있다.

우리는 곧 떠날 집과 같은 이 학교에 발자국을 찍어본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도를 보며 우리가 이곳에 찍어둔 발자국, 그 위를 밟고 따라간 곳에서, 익숙한 그림자들 사이에 있는 낯선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Works


Laborers
경희대학교 미술관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1F, 서울
2024. 05. 03. – 2024. 05. 12.
Laborers
Kyung Hee University Museum of Art
1F, 26, Kyungheedae-ro, Dongdaemun-gu, Seoul
3 May – 12 May 2024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5개의 하늘과 종이비행기, 2024, 장지에 수묵담채, 각 29.7 × 21 cm5 Skies and a Paper Airplane, 2024, ink and color on jangji, 29.7 × 21 cm each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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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홍
신종민
손지윤
이연재
이재원
임채홍
정수민
강주홍
강주홍
강주홍
지윤구


Kang Joohong
Shin Jongmin
Son Jiyun
Lee Yeonjae
Lee Jaewon
Lim Chaehong
Chung Soomin
Kang Joohong

Kang Joohong
Kang Joohong

Ji Yungu
《Laborers》는 현재 미술대학에서 근무 중인 연구조교 및 행정조교 7명의 전시이다. 본 전시에서는 유연한 노동 주체가 되기 위한 이들의 긍정적인 움직임 그리고 우리가 어느 장소에 살고 있는지에 대한 지리학적 지각에 대한 질문을 펼쳐 보인다.

실제로 안정되게 생활하려는 욕구와, 어떤 생활도 결코 ‘안전하게’ 완성되지 않게 하려는 사회적 제약에 의해서나, 혹은 나름대로의 욕망을 통해서 전진하고, 평상시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려는 필요성 간에는 고통스럽고도 이로운 긴장이 항상 존재한다. 덜거덕거리는 삶에서 노동은 우리를 삼켜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고, 미술에서 성취란 것은 지구에서 천왕성까지의 거리에 떨어진 이상 같기도 하다. 팽팽하게 당겨진 현실과 문제적일 만큼 낙관적인 세계를 접촉시키고 연결하기 위해 일상과 노동의 이야기를 불러와 본다. 전시에 참여한 7명은 대학에서 주중 21시간 사무실과 고정된 자리에서, 단순 재생산과 주기적인 시간의 노동에 참여한다. 이외의 일상 대부분은 미술대학 곳곳 각자의 스튜디오에서 파편적으로 생산 노동에 시간을 할애한다. (미술 제도 속에서 ‘스튜디오’는 이미 생산 공간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현실로 자리해 있기에 여기에서는 창작의 개념을 노동이란 층위에서 독해해 본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사무 노동과 생산 노동의 시간은 등방적이지 않고 균일하게 구획되어 있지도 않다. 표면적으로 분절된 두 노동의 시간에서 일부분은 겹쳐지고 부서지고, 마찰한다. 근무 시간 동안 이들은 사무실 테이블 공간을 비스듬히 떼어 내어 미술 서적을 펼쳐 놓거나, 손에 쥐어지는 작은 부피의 그림과 형상을 매만지며 조각난 시간들을 보내곤 한다. 조르주 페렉이 말하듯, 우리가 일상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명확한 것이 아니라 불명료한 것이다. 일상성은 이를 구성하는 개별 항들의 도합이자 단순한 총체가 아니라, 여러 항들이 엉키고 중첩되어 명징하게 알아보기 어려운 지각마비의 상태에 가깝다.

전시는 ‘사무실-전시공간’ 하이픈의 열린 형태, 서로를 덧씌우는 형태로 이뤄진다. 전시 공간 중앙에는 연구조교실에서 줄곧 사용해온 집기와 컴퓨터 세팅 그대로를 이주시킨 형태로 구성하였으며, 개별 각각의 자리에서 뻗어 나온 생산물(작업)들로 사면의 벽을 채워 조직하였다. 중앙에 놓인 6개의 테이블은 ‘사무실-스튜디오’ 양 항이 매개되고 섞인 공간으로 활용해 일상에서 ‘(교직원으로서의) 노동-(작업자로서의) 노동’이 필연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내고자 하였다.

미술대학이라는 단일 공간 안에 위치한 이들의 사무실과 스튜디오를 불투명하게 구획하는 것은 수직으로 분할된 바닥과 천장 그뿐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하기 위해 전속력으로 달릴 필요도, 지도 앱을 켤 필요도 없다. 우리의 시야는 당연하게도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품을 수 있다. 공간을 의심하고, 장소를 해체해 보자. 미술대학관 층과 층 전체가 유리로 구성된 투명한 열린 공간이라면? 수직선과 수평선을 모두 잊어버린 공간이라면? 질문에 화답해, 연속된 판 위에 이질적인 두 프로그램(사무 공간, 스튜디오)을 통합하는 방법을 떠올려 본다. 질서는 불확실해지고 혼성화되어 가지만, 이들은 사무노동과 생산노동 양 항 어느 쪽에도 유리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 꼿꼿이 균형을 잡으려 움직인다.

Works


Overlap Object
갤러리 인
서대문구 홍제천로 116, 201호, 서울
2024. 01. 18. – 2024. 01. 28.
Overlap Object
Gallery IN
201, 116, Hongjecheon-ro, Seodaemun-gu, Seoul
18 January – 28 January 2024


전시 전경 Exhibition view

(Un)Folding, 2024, 장지에 수묵담채 (Un)Folding, 2024, ink and color on jangji

하늘 연작, 2024, 장지에 수묵담채Sky Series, 2024, ink and color on jangji
작가

기획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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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솔
임채홍
양기찬
양기찬
김다솔
양이언

Kim Dasol
Lim Chaehong
Yang Kichan
Yang Kichan

Kim Dasol
Yang Ieon
‘겹치다’, ‘포개지다’의 뜻을 가리키는 동사 오버랩(overlap)은 영화에서 컷을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기법 중의 하나다. 대부분이 알고 있듯, 이 기법은 영화의 장면이 넘어갈 때 두 장면이 서서히 포개어지며 이전 장면을 사라지게 하는 편집법이다. 현실에서 두 장면은 분절된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진 상황들이지만, 극장의 제한된 시간 속에서 효율적인 진행과 서사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사용된다. 그러나 해당 전시에서 보여줄 오버랩의 기법은 영화와 다른 물질, 형태, 그리고 시간성을 나타내고 있다. 극장이 아닌 이곳, 곧 화이트 큐브가 접목된 쇼룸 안에서 표현된 오버랩은 분절된 차원들을 지금의 시공간 위로 겹쳐 놓은 오브제로 공개된다. 전시의 제목으로 채택된 《오버랩 오브제(Overlap Object)》는 참여 작가들(김다솔, 임채홍)의 창작 과정에 있어서 빈번히 반복하는 포개기 방식과 그로부터 파생된 사물의 성격을 함양한 말이다. 이들이 만든 사물들은 2차원의 이미지와 3차원의 입체를 넘나드는 형상을 보여주는데, 이는 이미지를 겹쳐가며 쌓은 입체이거나(김다솔), 평면을 입체로 접었다 다시 펼치는 과정에서 생성된 이미지(임채홍)를 갖추고 있다. 비록 두 작가는 각자의 방법에 있어 재료와 소재를 달리하고 있지만, 이미지를 매개의 수단 이전에 접촉할 수 있는 물질 및 제한된 면적으로 해석하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작가는 이미지를 증식하여 평면으로부터 일탈시키거나, 역으로 평면적 오브제의 양가성을 부각함으로써 각자가 주목하는 차원의 물리적 제약을 넘어서고자 한다.

임채홍 작가는 입체에서 평면으로 펼쳐낸 수묵채색화를 고안한다. 그는 붓으로 형상을 그리지 않고, 구겨진 한지에 색을 먹이거나 종이접기로 구획한 면들 위로 채색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와 같은 형식은 그가 종이를 그림의 바탕이 아닌, 실체가 있는 매스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실제 대상을 채색으로 묘사하기보다, 한지를 대상으로 여기고자 덩어리를 주기 위해 구기고 접으며 펼치는 일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형성된 주름에 따라 번져간 물감, 그리고 접으면서 분할된 면을 다시 채색하여 최종적으로 추상화와 흡사한 모습으로 둔갑하게 된다. 색이 입혀진 평면 오브제는 관객들에게 온전히 분간할 수 없는 엄숙한 형상으로 비추어지나, 그 정체는 사실 입체로 구축해 보는 과정에서 우발로 주름진 선과 분할된 면이라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이처럼 두 작가에 있어 공간상의 오버랩은 이미지의 물리적 가변성과 한계로부터 거스르려는 기법으로 통용이 된다. 홀로는 자립할 수 없던 이미지가 여러 다른 이미지들과 포개어지며 실재 공간으로 침투할 수 있게 되고, 그저 얇은 조각에 불과했던 입체물이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추상적 환영으로 전이가 된다. 그리고 이들의 창작물은 차원들의 중첩을 매체 안으로만 머물지 않고, 더 나아가 매체들과 쇼룸의 교차로 다층적 공간성을 이곳에서 형성하려고 한다.

(서문 중 일부 발췌)
Works

석·박사 연구 발표전
경희대학교 미술관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1F, 서울

2023. 12. 25. – 2023. 12. 30.
M.A. and Ph.D. Research Presentation Exhibition
Kyung Hee University Museum of Art
1F, 26, Kyungheedae-ro, Dongdaemun-gu, Seoul

25 December – 30 December 2023




먹구름, 2024, 장지에 수묵담채, 각 196.5 × 135.5 cm Dark Clouds, 2024, ink and color on jangji, 196.5 × 135.5 cm each
Workss

석·박사 연구 발표전
경희대학교 미술관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1F, 서울

2023. 03. 28. – 2023. 04. 05.
M.A. and Ph.D. Research Presentation Exhibition
Kyung Hee University Museum of Art
1F, 26, Kyungheedae-ro, Dongdaemun-gu, Seoul

Mar 28, 2023 – Apr 5, 2023





공 연작, 2023, 장지에 수묵, 각 100 × 100 cm Ball series, 2023, ink on jangji, 100 × 100 cm each

공 연작, 2023, 장지에 수묵 Ball series, 2023, ink on jangji
(Un)Folding, 2023, 단채널 비디오, 00:13, 루프, 1000 × 1000 px (1:1) (Un)Folding, 2023, single-channel video, 00:13, loop, 1000 × 1000 px (1:1)
Works

학사청구전
경희대학교 미술관
동대문구 경희대로 26, 서울
2021. 12. 13. – 2021. 12. 27.
B.F.A. Exhibition
Kyung Hee University Museum of Art
26, Kyungheedae-ro, Dongdaemun-gu, Seoul
13 December – 27 December 2021

하늘 연작, 2020 2021, 종이에 채색Sky Series, 2020 2021, color on paper